백화점에서 헤르메스 보야지나 한 병 더 들일까 하다가 점원분 권유로 시향해봤습니다. 바캉스용으로 가벼운 시트러스 계열 찾던 참이라 처음엔 살짝 맥이 빠졌는데, 탑 노트의 피치와 주니퍼 베리가 스치듯 지나가고 난 자리에 남는 아몬드 밀크의 포근한 질감이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흔히 여름에 시도하는 프레시 계열과는 확실히 결이 달라요. 냉방이 강한 실내나 초저녁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을 때면 사프란과 라브다넘이 살짝 데워지면서 아몬드 특유의 은근한 고소함을 끌어올리는데, 이게 체온에 밀리지 않고 들러붙는 느낌이라 한여름 낮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싶네요. 지속력은 아로마틱 치고 훌륭한 편이나, 아이스 커피 마시면서 여러 번 팔목에 코를 갖다대다 보니 오히려 로즈베이 윌로우허브의 묘한 스모키함이 올라와서 개인적으로는 이 지점이 호불호를 탈 거라고 봅니다. 결국 보야지는 다음으로 미루고 이걸 들였는데, 여름 향 찾으시는 분들께 시트러스 대신 선택지 하나 넣어드리고 싶어 적어둡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