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출시된 자라의 N°03 Waterfall Brume을 작년 여름 무렵 호기심에 구매해 보았습니다. 플로럴 아쿠아틱 계열에 자몽과 만다린 오렌지가 톱노트를 구성한다는 설명을 읽고, 흔히 말하는 '청량한 여름용 시트러스'를 기대했던 셈입니다. 그러나 실제 분사 직후에는 만다린의 달콤한 시트러스보다는 합성 머스크 특유의 비누 향이 먼저 올라왔고, 이후 등장해야 할 자스민과 매그놀리아가 상당히 인위적인 화이트 플로럴로 처리되어 있어 아쿠아틱보다는 세탁 직후의 섬유 유연제에 가까운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속력은 더위 속에서도 2시간을 넘기지 못했고, 잔향에서는 시트러스의 산뜻함이 완전히 소실된 채 머스크만 남아 다소 답답한 마무리를 보여주었습니다. 가격이 5천 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트러스의 본질인 '투명한 산미'를 구현하지 못한 이 제품은 수집용으로는 물론이고 실사용에서도 제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현재는 서랍 정리함에 넣어둔 상태이고, 다시 꺼낼 일은 없을 듯합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