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작에 이제는 단종된 걸로 아는 이세이 미야케 뤼미에르 디세이, 저는 몇 년 전 중고 장터에서 반값에 구했던 걸 아직도 신기하게 조금 남겨두고 있습니다. 오리지널 로 디세이 특유의 물비린내 섞인 유자 향을 기대하고 덜컥 샀다가 초반 자몽과 비터 오렌지가 확 올라오는 순간 당황했던 기억이 나네요. 보통 시트러스 계열은 톡 쏘고 사라지기 마련인데 이 친구는 오히려 여기서 더 나아가 로즈마리랑 코리앤더가 뒤섞이면서 푸른 허브 향이 상당히 오래 버팁니다. 그린 노트가 생각보다 무거워서 흔한 여름용 코롱처럼 써볼 생각은 접어야 했고요. 요즘같이 바람이 선선해지는 초가을 저녁에 뿌리면 시나몬이 은근하게 받쳐주는 게 꽤 취향에 맞는데, 문제는 두어 시간 지나도 이 허브향이 옷에 배겨 코끝을 계속 자극하더군요. 오리지널의 맑은 미니멀리즘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해도, 정 붙이기엔 저도 매번 실패하는 향입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