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번에 향수 직구 처음 해봤는데 걍 후회하기 싫어서 한번 질러봤음. 평소에 시트러스 계열은 설거지 세제 되는 거 너무 많이 봐와서 손이 안 갔는데, 아르마프 Let's Move Tango는 어코드에 플로럴이랑 우디가 같이 껴있길래 혹시? 하고 지름신 오셔서 걍 샀다. 가격은 진짜 착했어. 향수 전문몰 세일할 때 겟한 거라 배송비 포함 4만원 언더로 산듯. 근데 이거... 처음 뿌리자마자 10초 동안 ㅁㅊ 나 뭐 산 거지 싶었음ㅋㅋㅋㅋㅋ
탑노트가 베르가못이랑 체리, 아몬드 조합인데 이게 상상가는 그림이랑 실제론 좀 달랐다. 체리 향이 내가 생각한 그 달콤짭짤 다크 체리가 아니라, 약간 어릴 때 먹던 체리맛 사탕 시럽 같은 느낌? 거기다 아몬드가 올라와서 초반 1분 정도는 '이거 약국 아몬드 영양크림 냄새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 ㅠㅠ 나 당황해서 팔에 뿌려놓고 현관문 열고 바람 좀 쐬고 왔다 진짜. 계절은 지금 초봄이긴 한데 이거 여름에 뿌리면 사람들 더울 때 왜 코 막는지 알 거 같음 ㅋㅋ;
근데 이거 쉬는 과정을 겪으면서 좀 달라지네. 탑노트 그 인공적인 느낌이 5~10분 정도 지나니까 프랑지파니랑 피오니 그 특유의 달큰하고 꽃잎 비벼진 듯한 향이 괜찮게 올라온다. 솔라 노트가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따뜻한 느낌의 플로럴이고, 베르가못이 아직 살짝 숨쉬고 있어서 화장품 같은 플로럴은 아니더라. 나 이 단계에서 그나마 진정하고 '아, 내 돈이 완전히 버려진 건 아니구나' 싶었음ㅎㅎ
잔향은 진짜 독특했어. 베이스가 우디 어코드로 표기돼 있는데 엄청 묵직한 우디는 아니고, 아까 그 플로럴 시럽 같은 게 얇은 먼지처럼 팔에 남는 느낌? 지속력은 한 4~5시간 정도 가고, 이후에는 코를 팔에 박아야 희미한 체리 껌 같은 게 난다. 근데 이 잔향이 의외로 내 취향에 가까워서 자꾸 맡게 됨 ㅋㅋ 맨 처음에 거부감 들었던 거 생각하면 진짜 아이러니. 사람 마음이 간사해...
아 그리고 이거 디자인 진짜 취향 안 탈까 싶다. 보틀 군청색에 별자리? 같은 거 그려져 있는데, 내가 딱 좋아하는 딥블루 계열 보틀이라 안쓸 때 그냥 진열장에 세워두고 구경하는 맛이 있음ㅎ 내 최애 굿걸 보틀 바로 옆에 세워놨는데 쌍으로 아주 그냥 눈호강 중. 좀 뿌딩이 기질 있는 덕질러들은 보틀 덕에라도 살만할 듯. 사실 나도 보틀 보고 산 거 3할 정도 됨ㅋㅋㅋㅋ
결론은 이거다. 플로럴 프루티에 체리 계열 좋아하는 사람은 탑노트 구간 전략적으로 피하면 꽤 괜찮은 가성비 향수일 듯. 근데 시트러스+달달플로럴로 뻔한 여름 과일향 기대한 사람은 한번 테스트 꼭 해보셈. 나처럼 처음에 당황할 확률 200%다. 나는 그래도 지금 잔향 계속 맡으면서 디캔 하나 더 팔아볼까 고민 중... 인간이란 참ㅎㅎ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