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시향회에서 신제품이라고 하여 테스트했고, 결국 풀배까지 구매한 뒤에야 저는 제 실수를 깨달았습니다. 개장 초기 시나몬이 튜베로즈의 크리미한 백색 꽃잎 위로 과감하게 올라앉는데, 이 지점에서 분명 매력을 느꼈습니다. 일반적인 튜베로즈가 크림이나 버터 뉘앙스로 풀어지는 데 반해 이 향은 드라이하고 알싸한 자극을 동반하여 상당히 지적인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문제는 오스만투스가 본격적으로 개입하는 미드 노트 이후였습니다. 살구에 가까운 과실향과 바닐라의 단맛이 알코올성 발향 뒤로 은근하게 깔리며 시나몬과 만나는데, 이 지점부터 제 피부에서는 의사의 진료실을 연상시키는 특유의 소독약 티슈 향이 올라왔습니다. 머스크가 체온에 반응하며 증폭시키는 이 인위적인 청결감이 처음에는 독특해 보였으나, 결국 두통으로 이어져 저는 결국 손을 들었습니다. 현재 진열장 한구석에서 숙성 중이며 계절로 치면 한겨울에 마지막 테스트를 할 생각입니다. 이 향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시나몬에 대한 개인적 내성, 그리고 머스크가 피부에서 일으키는 반응을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 디캔으로 접근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