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작이라기에 도대체 어떤 오리엔탈 플로럴을 선보였을까 궁금해서 작년 겨울 장터에서 구해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무척 난감한 향이었습니다. 시작은 히아신스와 바이올렛 리프의 조합이 나름 푸릇하게 열리나 싶더니, 금세 질척한 슈가 노트가 들러붙어 버립니다. 마치 엔젤 특유의 달콤함을 저렴한 흉내로 때우려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원조 엔젤의 그 중독성 있는 깊이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좀 값싸 보이는 단맛이 문제였습니다. 기대했던 오크모스나 우디 노트의 축축한 그늘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제 피부에서는 파출리마저 힘을 못 씁니다. 두 시간도 채 못 가서 민망할 정도로 힘이 빠져 버려서, 도대체 이걸 어디에 두고 써야 하나 고민만 하다 결국 서랍 속으로 보냈지요. 뮈글러가 가끔 내는 이런 실험작을 보면, 클래식의 무게를 지키는 일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생각만 듭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