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향 목적으로 백화점에서 두어 번 손목에 뿌려본 뒤, 결국 풀배로 들이지 않은 향입니다. 오프닝의 베르가못과 핑크페퍼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깔끔하게 열어주는데, 문제는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아틀라스 시더와 캐시미어 우드가 올라오면서 지나치게 평면적인 우디로 수렴한다는 점이었네요. 이전 오리지널 디올 옴므가 지녔던 그 독특한 아이리스의 시그니처를 완전히 지워버린 것은 물론이고, 대체할 만한 개성도 찾지 못했습니다. 마치 법정에서 증거 능력을 상실한 증언을 듣는 기분이랄까요. 향 자체가 나쁘다는 뜻은 결코 아니지만, 10만 원 중반대의 가격을 정당화할 만한 구조적 깊이나 전개가 느껴지지 않아 손에서 놓았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