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펜할리곤스 플래그십에서 코누비아를 시향했는데, 출시 연도가 1910년이라는 점에 꽤 흥미가 생겨 팔뚝에 세 번 분사하고 하루 종일 지켜봤습니다. 만다린 오렌지와 네롤리가 톱에서 은은하게 깔리는데 그마저도 수줍게 5분을 못 버팁니다. 본격적으로는 헬리오트로프가 주도하는 파우더리와 바닐라가 밀랍 같은 질감을 끌고 올라오는데, 자스민과 오렌지 블로섬이 도와주는 건지 묻어가는 건지 애매한 수준으로 머물면서 화이트 플로럴이라고 부르기에 구조가 너무 흐물거립니다. 과거의 흔적을 간직한 아카이브 피스로는 의미가 있겠지만 현대적인 취향으로는 쾌적함을 주기 어려웠습니다. 중고 장터에서 풀배를 볼 때마다 잠시 망설이다가도 결국 팔뚝에서 2시간 만에 흔적처럼 변해버린 잔향을 떠올리면 손이 안 가네요. :)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