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조 말론에서 '우롱티'라는 이름 보고 산 사람은 손 들어요. 나도 그랬음. 진짜 반관능적인 우롱차 향 기대했는데 결론은 이거다. 꿀차다. 그것도 아주 진득하고 달달한.
작년 가을쯤 올리브영 세일 기간에 7만 원 중반대 주고 샀다. 물론 할부. 시향지에 뿌렸을 땐 차 향 비슷한 게 나는데 이게 함정이다. 살에 뿌리면 바로 꿀과 달콤한 코코아 비스킷 같은 노트가 확 올라온다. 차 특유의 쌉쌀함이나 스모키는 코빼기도 안 보임. 그냥 꿀에 절인 과일차 마시는 기분.
- 첫 분사: 알코올 휘발 3초 뒤 바로 꿀.
- 10분 후: 약간의 그린 노트가 꿀 밑에서 발버둥 치지만 결국 묻힌다.
- 3시간 후: 은은한 바닐라+머스크 베이스. 꿀잔향. 지속력은 조 말론 주제에 4~5시간 정도로 준수한 편. 블랙베리 앤 베이보다 오래 간다. 근데 이게 웃긴 게 하루 종일 코 끝에 달라붙는 잔향 때문에 당 떨어진다. 사무실에서 점심 먹기 전부터 속이 살짝 메스꺼워졌음. 두통까진 아니었는데 호불호 확 갈리는 타입.
상황: 초가을 야외 결혼식에 뿌리고 갔다가 뒤늦게 후회했다. 햇볕에 꿀향이 퍼지면서 주변에서 누가 약과를 먹고 있나 오해받음. 이 향수 절대 여름에 뿌리는 거 아니다. 더위에 꿀냄새가 증폭돼서 본인도 괴롭고 주변도 괴롭다. 늦가을이나 겨울밤, 그것도 꼭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조심히 한 방 분사해야 한다.
팩트는, 조 말론이 차 향수를 잘 못 만든다는 게 내 결론이다. 어설픈 얼그레이나 민트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발효차 향을 원한다면 차라리 니치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 Oolong Tea도 그냥 '달달한 게 좋은데 이름은 차였으면 좋겠어' 하는 사람용이다. 듀프도 찾아봤는데 있긴 있더라. 근데 꿀 아니면 합성 바닐라 퐁퐁 쏟아부은 수준이라 차라리 정품을 세일 때 건지는 게 낫다.
단점 인정하고 가을/겨울철 디저트 좋아하는 사람에겐 추천할 수 있다. 단, 상대방이 차 향수를 바란다면 큰 실패다. 나처럼 돈 버린 기분 들 테니까 제발 시향지 말고 꼭 팔에 뿌려보고 사라. 이거 백화점 영수증 없으면 아무도 책임 못 진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