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올리브영 온라인몰에서 세일하길래 7만원대에 주워온 라반 어 엘 오 데떼. 원래 디올이랑 샤넬 위주로 쓰고, 가끔 기분전환용으로 싼 것도 사보거든요. 근데 이건 진짜 내 취향 아니었음ㅋㅋ
팩트는 이 향수 출시가 2004년이에요. 거의 20년 다 돼 가는 물건인데 요즘 감성으로 따지면 확실히 티지한 축에 들어감. 탑 노트가 베르가못, 리포니아산 레몬, 이탈리안 만다린 이렇게 인데 첫 분사 때 시트러스가 꽤 강하게 짐. 알코올 날리는 초반 10초 정도는 상큼해서 괜찮다 싶었어요. 근데 문제는 그 직후.
블랙커런트랑 레드베리 같은 프루티 계열이 올라오는데 이게 약간 인공적이더라고요. 합성 딸기사탕 느낌이라 해야 하나. 여기에 자스민이 끼어드니까 묘하게 화장품 냄새 비슷해짐. 시트러스가 다 날아가면 남는 건 싸구려 샴푸잔향 + 덜 익은 베리 같은 느낌이 지속돼요. 화이트 플로럴이라 우아한 느낌을 노린 것 같은데, 자스민이 너무 직선적으로 박혀서 깊이감이 없음 ㅎㅎ
제일 충격은 지속력. 여름용 치고도 심각함. 팔목 안쪽에 네 번 분사하고 외출했는데 2시간 지나니 내가 맡아도 희미하고 3시간째엔 완전 소멸. 아내한테 맡아보라니까 코를 팔에 박고 겨우 '어... 약간 비누냄새?' 이 정도. 한여름 땀 좀 나는 날에 뿌렸더니 아예 증발 수준. 반대로 시원한 에어컨 실내에서는 겨우 4시간 버텼는데 이것도 내 피부에서만 그런 건지 모르겠네요. 피부 타입에 따라 다르다고 하지만, 샤넬 알르 옴므 스포츠 같은 건 6시간 기본인데 이건 진짜 처참.
결론은 시트러스 프루티 계열 좋아하고 은은한 잔향 부담스럽지 않은 분들에겐 괜찮을 수도 있겠지만, 제 기준에선 리뷰 점수 3점 만점에 1점 줄까 말까. 솔직히 2000년대 초반 백화점 여성향수 느낌이라 요즘 니치나 디올 새 라인에 익숙한 사람이면 의아할 확률 90% 이상.
가격 메리트로 충동구매 했는데 실패한 케이스. 이런 것도 리뷰에 올려야 다음 사람이 돈 안 버리니까 올려봄. 다만 정품인 건 확실함. 올영에서 샀고 패키지 인쇄 상태랑 배치코드 모두 라반 유통사 통해서 확인 끝. 정품 맞는데도 향이 구리다는 게 함정이죠ㅋ 팩트는 백화점 가서 시향 안 하고 온라인으로 지르면 이렇게 된다는 거.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