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용산 아이파크몰에 볼일이 있어 들렀다가, 자라 매장 구석에서 이 녀석을 발견했습니다. Cocoa 01 Collection Spirit. 라벨 디자인이 제법 정갈해서 손이 갔는데, 주류 어코드가 카카오·코코넛·웜 스파이시라고 적혀 있더군요. 위스키와 담뱃잎 노트도 표기되어 있어서, 여름보다는 초겨울 밤에 어울릴 스펙이라고 짐작했습니다. 가격은 30,000원대였고, 테스터를 한 번 뿌려보고 별 기대 없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와서 손목을 올려보니 확실히 코코넛이 먼저 비집고 나옵니다. 합성감이 살짝 느껴지는 락톤 계열의 코코넛인데, 문제는 제 피부에서 이 코코넛이 굉장히 오래 버텼다는 점입니다. 보통 이런 가격대의 향수는 톱노트가 금세 증발하고 본래 의도한 미드가 올라오기 마련인데, 이 녀석은 그렇지 않았어요. 코코넛의 인공적인 단맛이 90분 가까이 지속되더군요. 중간에 올라와야 할 카카오와 위스키의 묵직함이 계속 지연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시간이 좀 더 흐르자, 그러니까 착향 1시간 반 쯤음에야 거의 이름값을 하는 카카오의 쌀한 파우더리함과 담잎의 드라이한 흙내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시더와 샌달우드가 받쳐주는 구조는 나쁘지 않았어요. 흔히 말하는 막걸리 새는 아니고, 마트 초코우유에서 물을 뺀 듯한 조금은 차분한 카카오입니다. 그런데 드라이다운까지 가는 여정이 너무 더디고, 그사이 코코넛이 제 취향을 계속 건드려서 몰입이 어려웠네요. 위스키 노트는 거의 체감되지 않았습니다. 알코올의 날카로움이나 오크통 숙성의 앙스는 전무에 가까웠고, 그저 '웜 스파이시'라기엔 다소 건조한 분위기만 스치듯 지나갔습니다.
지속력은4시 간 정도로 평범했고, 잔향은 샌달우드의 부드럽고 묽은 목질감이 남는 수준입니다. 확실히 이 가격대 치고는 베이스가 급히 나지 않다는 인상입니다. 하지 만 결정저으로 풀배를 살 마음은 들지 않앗어요. 제 컬렉션에는 바이 킬러나 토바코바닐라 같은, 위스키와 카카오 노트가 조금 더 숙성된 느낌으로 풀어진 향들이 있기 때문에, 이 제품은 '그정도 노력한 흔적은 있다'에서 멈추게 되더군요. 아마도 이 노트 구성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 간의 경과를 견디는 방삭이라 생각하는데, 이 향은 들머리 코코넛이 중후반부의 차분함을 너무 덮어서 그 점이 아웠습니다.
만약 가벼운 마음으로 초코우유 같으 따함을 느끼고 싶다면 나지 않은 선탹일 수 있겠지 만, 카카오와 위스키의 진 든한 배 이스를 고대하는 분이 라면 실 망할 확률이 큽니다. 적 어도 이 향기에는 '컬렉션'을 논할 정 도의 공 들 임은 느 지지 않앗어요. 저는 다 음 날 바로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 렸습 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