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시작될 무렵, 시원한 시트러스를 찾다가 면세점에서 테스트해보고 바로 풀배로 들였습니다. 그런데 첫 분사 후 반년 가까이 이 향을 오해하고 있었음을 깨달았어요. 흔히 '여름용 시트러스' 하면 떠올리는 얼음장 같은 투명함이 아니라, 마치 껍질째 씹은 비터 오렌지의 텁텁하고 쌉쌀한 과육을 연상시키는 첫인상이거든요. 개인적으로 베르가못과 블랙 티가 만나는 지점에서 느껴지는 이 약간 탁한 허브 느낌이 낯설면서도 진득하게 남더군요. 시원한 향을 기대하고 만나면 당황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헤디온 특유의 공기감과 자스민이 은은하게 얹히면서, 단순한 시트러스가 아니라 살짝 꽃내를 머금은 스킨 향으로 가라앉습니다. 지속력도 짧은 편이라 여름철 야외보다는 에어컨 바람이 도는 실내에서 더 오래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에요. 결국 '생생한 오렌지'보다는 '오렌지 향이 배어 나오는 깨끗한 린넨 셔츠'에 가까운 향이라, 그 미묘한 차이를 알고 구매하시면 실패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지금은 꽤 만족하며 쓰고 있습니다만 처음 며칠간은 꽤 당혹스러웠네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