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 맨 인 블랙 파르펌. 온라인 향수 전문몰에서 샘플 먼저 돌려봤는데 탑노트 열리는 순간 '이거 어디서 맡아본 건데' 싶은 느낌 강하더군요. 스파이스랑 엘레미가 코 찌르는 듯 올라오다가 아이리스, 투베로즈로 살짝 미끄러지는데... 솔직히 불가리 특유의 세련미를 기대한 저한텐 좀 당황스러웠어요. 향 자체가 나쁘단 건 아닌데, 오리엔탈 우디 계열 치고는 묘하게 안정감이 부족하고 흔들리는 인상. 암부렛 결 같은 것도 주워섞이긴 했던데 제 코엔 시암 벤조인의 달콤함만 도드라지네요.
아이러니하게도 두어 시간 뒤 옷에 남은 잔향은 꽤 괜찮았습니다. 다크 우디 노트가 살아나면서 훨씬 차분해져요. 지속력은 몸에 뿌렸을 땐 반나절 겨우 갔고, 속옷엔 하루 지나도 남더군요. 결론은 이거 한 번에 판단 말고 지류 시향지 말고 꼭 살갗 테스트 해봐야 하는 향수. 그리고 맨 인 블랙 원조 EDT가 워낙 완성도 높아서, 이번 파르펌 버전은 살짝 과한 리믹스 듣는 기분이에요. 있던 향수 다 떨어져서 리필 사러 간 김에 호기심에 지른 건데, 전 EDT로 회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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