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가못과 레몬이 툭 터지자마자 사라지는 그 첫인상은 싱겁기 짝이 없지요. 문제는 그다음, 블랙페퍼의 건조한 자극과 제라늄 특유의 쇠비린내 비슷한 풋내가 뒤섞이며 닫힌 방 안에서 맴돌 때 느껴지는 답답함입니다. 라 누이의 원본이 가진 따뜻한 스파이시함을 기대했다면 이건 완전히 맥이 빠진, 겨울용 베이스에 여름용 탑노트만 얹어놓은 듯한 어정쩡한 물건이었어요. 묘하게도 영하의 날씨에 뿌렸을 때 비로소 캐시미어 우드가 제 역할을 하며 감싸는 데, 출시 당시 컨셉을 생각하면 아이러니라 할밖에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