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처 찾는다고 또 질렀다 ㅋㅋㅋㅋㅋ... 이번엔 진짜다 싶었는데 결국 또 지갑만 텅장됐당.
프레데릭 말 베티베르 엑스트라오디네르 20 Ans. 출시되고한참 지났는데도향수 커뮤니티에서평 괜찮길래... 사실 나 베티베르 계열에 환상 있어. 우디하면서도쌉싸름하고, 세련된 어른 향기 날 거 같은 그 느낌. 근데 막상써본베티베르중에선 내 취향 딱 맞는 게없었음. 조말론 우드세이지씨솔트도 베티베르 살짝 들어갔지만 그건 그냥 시트러스+미네랄이 더 강해서 애매하고.
아무튼이건 20주년 기념 에디션이라 더 기대했나봐.
처음 뿌렸을 때 느낌은... 오? 베르가못이랑 비터 오렌지가 시원하게 올라오더라. 상쾌한데 약간 쌉싸름한게 딱내가좋아하는 오프닝이야. 핑크페퍼가 살짝 톡 쏘는 느낌 주면서 지루하지않게 해주고. 이때까진 진짜 좋았음. 여름에 뿌리면시원할거같고, 봄 가을에도 무난할거 같고.
근데 30분쯤지나니까 캐시메란이랑 시더가 슬금슬금 올라오는데... 이 시더가 내가생각한그 삼나무 느낌이 아니더라구요. 연필깎기 시더? 약간 건조하고 톱밥같은 그 향. ㅎㅎ... 나원래시더향 좋아하는 편인데 이건 뭔가 코를 찌르는 느낌이랄까. 여기에 캐시메란의 부드럽고약간 달달한 우디가섞이니까 갑자기 향이 묵직해지기 시작함.
그리고 제일 문제는... 머스크. 샌달우드랑 같이 깔리는데 이 머스크가 화이트머스크계열이라 뽀송뽀송 파우더리하게 마무리되거든? 근데이 파우더리함이나한텐 너무 답답하게느껴졌어 ㅠㅠ 시원하게 시작해서 시트러스 믿고 여름용으로 생각했는데, 중후반 가니까 갑자기 겨울용처럼 무거워지는 느낌. 이게오리엔탈 우디라서 그런가... 내가딥티크오에도 좋아하고 우디 계열 많이써봤는데도 이건 좀애매했음.
지속력은 진짜 미쳤다. 아침 8시에 출근하면서 두 번뿌렸는데 퇴근할 때까지 잔향 남아있더라. 그것도 꽤 진하게. 근데 문제는 이 잔향이 내가 좋아하는 우디잔향이 아니라 파우더리 머스크잔향이 계속맴돈다는 거... 회사에서 혼자 일할 땐 괜찮은데, 누가 가까이 오면 "어? 무슨향이 이렇게 진해?" 할까봐 신경쓰였음. 마케팅팀 특성상 사람들이랑 미팅도 많고 붙어서 일할일도 많아서 데일리로 뿌리기엔 좀 부담스럽더라.
그리고한 번은 점심먹고 소화 안 될 때 뿌렸다가 진짜머리 아팠음 ㅋㅋㅋㅋ 속이 안 좋은 상태에서 이향 맡으니까 베르가못이랑 핑크페퍼가 위를 자극하는 느낌? 아... 이건그냥 내 컨디션 문제일 수도 있는데 암튼 그 이후로 아침에만 조심해서 뿌리는 중.
가격은... 말 안 하겠다. 프레데릭 말이니까. ㅎ... 근데 돈 생각하면 더 속상해. 이돈이면 내가 좋아하는 조말론 두 병은 샀을텐데 시그니처 찾는다는 명목으로 또 큰돈 썼네.
결론은... 누군가에겐 정말세련되고 깊이있는 우디 향일 수있음. 실제로 향 자체는 복합적이고 고급스러워. 시간 지나면서 변하는 레이어가 분명히매력있어. 근데 나처럼시트러스 믿고 샀다가 파우더리 머스크에 당황하는 사람도 있을 거같아요. 그리고 여름보단차라리 가을이나 겨울에 어울리는 느낌. 4계절 다 될 듯 말 듯 애매한 위치... ㅠㅠ
혹시 살 생각 있는 분들은꼭 시향 먼저 해보시길. 시향지에 뿌리고 최소 2~3시간은 두고 봐야 진짜 중후반 향 알 수 있어요. 저처럼 오프닝에 속아서 지르지 마시길 바람... 나는 이번에도 실패했지만, 이 향이 누군가에겐 진짜 시그니처가 될 수도 있으니까.
나는 또 다시 시그니처 찾아 떠납니다 ㅎㅎㅎ... 다음엔 진짜 가볍고 무난한시트러스로돌아갈까봐. 블랙오피움도처음엔 좋다가 금방 질렸고, 이것도결국 첫인상이전부였네. 아... 누가 나 좀 말려줘.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