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밤 근무 끝나고집 가는 길에 택배 뜯었어요. 라사시 패션. 라벤더랑 스파이시 노트 들어간 아로마틱 계열이길래 뭔가다이내믹할 거란 기대는 없었고, 그냥 가격착해서부담 없이 질렀네요. 올리브영에서 7만원대에샀어요.
첫 느낌은 진짜 의외였어요. 스프레이 누르자마자 확올라오는 라벤더가 되게 드라이해요, 흔한 남자 화장품 냄새 같은허브향 말고 사프란이랑 같이 나니까 묘하게알싸하고 약간 동물적인 터치가 있어요. 인센스도 곧바로 올라오는데, 교회 몰약 냄새보다는 건조한 나뭇가지 태우는 연기냄새에 가까워요. 시원한노트들이 들어있다는데저는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초반부터상당히 묵직하고 어둡더라고요.
사실 이거향수 이름이랑 노트 구성만보면 여름용인줄 알았어요. 근데 뿌려보니까 완전 겨울용, 그것도 한겨울 밤에나 어울릴 향이에요. 시더우드가 점점 올라오면서 베이스가 꽤 두꺼워지고 앰버랑 발사믹이 받쳐주니까, 이거여름에뿌리면 진짜 답 없을 것 같아요.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출근전에 팔목에 한 번 테스트했다가, 땀 살짝나기 시작하니까 향이랑 섞여서 도저히 못 버티겠더라고요. 3교대 병동복도에서 이 향 풍기고 돌아다녔다간 환자분들이 머리아프다고할 만해요 ㅠㅠ
잔향은 진짜 길어요. 낮 근무 서고 집 와서 옷 갈아입는데 팔목에서 계속 올라와서 좀 질릴 정도였어요. 지속력이야 좋지만, 좀 가볍게 입고 싶은 날엔 무리네요.
호불호 엄청 강할 것 같아요. 저야 평소에 블랙오키드나 앙겔 같은 무거운 향 좋아해서 이 정도는 괜찮은데, 이거 가볍게 시향했다가 당황하는 분들많을 거예요. 냄새 자체는 분명 좋은데, 상황을 가리네요. 저처럼 겨울밤에 뿌리고 혼자 취하려고 하는거 아니면 주변 눈치 보일 만한 향수. 샘플부터 해보는 걸추천드려요. 저는 일단 올해 가을까진 봉인해두려고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