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출시되고 얼마 안 된 시점에 백화점에서 보자기 포장 선물로 받은 뒤 반 년쯤 조금씩 꺼내 쓴 향입니다. 첫 분사는 싱그러운 그린 노트와 프리지아로 산뜻하게 열리는데, 이 단계는 참 괜찮았어요. 문제는 릴리와 은방울꽃, 로즈가 본격적으로 올라오는 중반부였습니다. 화이트 플로럴 특유의 짙은 달콤함이 교실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상당히 부담스럽게 번지더군요. 아이들 중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거나 마스크를 꺼내는 경우도 있고 해서 등교 시간 직전에 한 번 뿌렸다가 낭패를 본 적도 있습니다. 결국 오후까지 풀잔향이 꽤 오래 남아서, 향 자체가 나쁘기보다 내가 사용할 장소와 계절을 크게 가리는구나 싶었네요. 그래서 지금은 창문을 열어둔 주말 아침이나 야외에 잠깐 다녀올 때만 바닥 쪽에 살짝 뿌립니다. 정중하지만 개방감 있는 플로럴을 기대했던 저에겐 다소 실망이 남은 제품입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