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청담 한 편집샵에서 티지아나 테렌치의 드라코니스를 시향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 가격에 이 향수를 풀배로 들일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개장 첫 스프레이는 분명히 밝고 상쾌한 시트러스가 터지는데 베르가못과 자몽, 레몬이 겹겹이 쌓이기보다는 서로 경쟁하듯 튀어나와서 첫인상이 다소 산만합니다. 이후 제라늄과 페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아로마틱과 프레시 스파이시 어코드가 정돈되긴 하지만, 앰버가 베이스에서 제대로 버텨주지 못해 씁쓸한 페퍼 잔향만 한 시간 남짓 피부에 남았습니다. 금속 소재에 용을 조각한 보틀 디자인은 확실히 인상적이었으나, 정작 그 안에 담긴 향수는 컨셉이나 서사만 야심 차고 구조는 평범한 우디 스파이시 프레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네요. 비슷한 어코드라면 차라리 르 라보 베르가못 22나 프레데릭 말의 베티베르 엑스트라오디네르 쪽에서 완성도를 찾겠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