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놈 자취방 화장대에 놀러갔다가 처음 만졌는데, 시향지 없이 그냥 손목에 한 방 뿌렸다가 낭패 봤어요. 베르가못이랑 카다멈이 확 올라오는데 그 뒤를 라벤더 비누향이 아주 전투적으로 덮쳐서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오리스와 베티버가 분명히 깔리긴 하는데, 이게 따뜻한 스파이시한 방향이 아니라 장롱 속 나프탈렌 냄새 비스무리하게 느껴져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만한 포인트더군요. 팩트는, 2020년 출시에 이 가격이면 구성은 준수하다 쳐도, 절대 흔한 남자 향수 기대하고 지르면 안 됩니다. 착각하게 만드는 베르가못 오프닝 탓에 데이트용으로 뿌렸다가 중후반에 '할아버지 서랍장' 소리 들을 확률 80퍼 이상. 결론은 2만 원대에서 이 정도 올드스쿨 오리엔탈 우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장점이자 단점인 물건.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