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출시 당시에는 만나지 못했지만, 작년 가을 우연히 중고 장터에서 풀배를 구해 시험 삼아 뿌려 보았습니다. 아니스와 캐러웨이가 내는 특유의 쿨링감 있는 스파이시함이 예상보다 훨씬 강렬하게 열리는데, 여기에 라벤더가 더해지며 전형적인 푸제르의 아로마틱 구조를 따르다가도 만다린과 민트가 비집고 들어오면서 약간의 혼란을 줍니다. 솔직히 첫 시향은 '이걸 90년대에 이런 병에 담아 팔았다고?' 싶을 만큼 당돌한 인상이었습니다. 이후 브라질리안 로즈우드가 중심을 잡으면서 서서히 우디하게 마무리되는데, 지속력은 6시간 정도로 아로마틱 계열치곤 준수한 편이었으나 요즘 취향에는 다소 빈티지하게 느껴지는 구석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올해처럼 선선해지는 시기에 다시 꺼내 들면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까 기대는 하지만, 매일 뿉기엔 첫 텍스처의 톡 쏘는 느낌이 호불호를 가를 만한 향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