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국내 한 향수 전문몰에서 6만 원대에 할인하길래 큰 기대 없이 구매해봤습니다. 2022년작이니 숙성도 충분히 됐을 거라 생각했는데, 첫 분사부터 시칠리안 오렌지와 레드 프루트가 섞인 톱노트가 굉장히 날카롭게 치고 올라오더군요. 라벤더와 오조닉 어코드가 뒤에서 받쳐주는 구조인데, 문제는 여기에 수박과 자스민이 더해지면서 인공적인 삼푸 냄새로 귀결된다는 점입니다. 저는 팔목에 단 세 번 분사했을 뿐인데 한 시간도 채 지나기 전에 관자놀이가 지끈거리기 시작해 결국 퇴근 후 바로 샤워로 지워냈네요. 지속력 자체는 8시간 이상으로 꽤 강력하고 잔향에서는 머스크가 부드럽게 깔리지만, 합성 원료 특유의 날선 가장자리가 피로감을 줍니다. 직장인 사무실 환경보다는 야외 스포츠 직후에나 어울릴 법한 향이라, 조용히 중고 시장으로 보낼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저가 니치라도 전략적 절제가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이 제품도 맥락은 비슷했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