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안의 2014년작 Killing Me Slowly는 제가 플로럴 알데하이드 계열에서 겪은 가장 난해한 실패담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오프닝에서 터지는 알데하이드와 블랙커런트의 조합이 워낙 금속성에 가까워, 첫 시향 때 마치 은박지 씹는 듯한 인상을 받았지요. 보통 알데하이드 플로럴 하면 샤넬 No.5처럼 비누결 위에 꽃을 올린 구조를 떠올리는데, 이쪽은 그 비누를 부숴서 리치와 호손 시럽에 절여놓은 느낌입니다. 프루티 어코드라고 하지만 달콤함이라기보다 발효 직전 과육의 시큼털털함이 앞서고, 중반부터 올라오는 헬리오트로프의 아몬드 가루 같은 분말감이 이질감을 배가시키죠. 지속력과 확산력은 좋은 편이나 그게 장점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 번 뿌리면 최소 여섯 시간 동안 이 불편한 드라이플라워 향을 벗어던질 수 없어서, 저는 결국 개봉 후 일주일 만에 장에 내놓았네요. :)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