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출시 당시만 해도 지방시 향수 라인업이 지금처럼 플로럴 일색이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꽤 괜찮은 아로마틱 프레시입니다. 첫 스프레이에서 올라오는 차갑고 스파이시한 시트러스가 인상적인데, 민트나 칼론 계열의 인공적 청량감과는 결이 다릅니다. 이 향의 핵심은 탑노트에 머물지 않고 초반부터 은근하게 깔리는 스파이시함과 드라이한 우디인데, 덕분에 흔한 아쿠아틱 향수처럼 밋밋하게 사라지지 않고 여름 저녁 무렵까지 잔향이 꽤 유지되는 편이네요. 다만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프루티 어코드가 예상보다 무겁게 내려앉는데, 습도가 높은 한여름 낮에 뿌리면 이 과일 노트가 다소 텁텁하게 느껴져 두통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확실히 7만 원대에서 구할 수 있는 가격 대비 성능은 훌륭하지만, 블라인드 구매보다는 오픈 스페이스보다 약간 시원한 실내 환경에서 시험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