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자라 매장에서 계산 대기 중 진열대에 꽂힌 걸 무심코 집어 시향했던 기억이 납니다. 초반 민트와 바이올렛 리프가 합쳐져 마치 치약을 연상케 하는 쿨링감이 올라오는데, 이 그린 계열의 인위적인 청량함이 묘하게 불쾌하지는 않으면서도 어디에 어울려야 할지 난감하더군요. 제라늄과 라벤더가 얹히며 잠시 아로마틱한 균형을 잡나 싶다가도, 결국 시더와 머스크로 마무리되는 드라이다운은 너무 평이해서 ‘이 가격에 이 정도면’이라는 변명조차 무색해집니다. 가을철 묵직한 우디나 스파이시한 향을 찾는 분께는 더더욱 추천하기 어려운, 계절감도 방향성도 애매한 제품이었어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