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ㅋㅋ 이거 진짜 사기당한 기분임
올해 초에 가을되면 무조건 살 향수 리스트 잔뜩 적어놨었는데 그중 하나가 샤넬 저지였음 레 제끌루시프 라인이니까 진짜 고급질 거 같고 2011년 출시에 플로럴 우디 머스크라길래 라벤더 바닐라 머스크 조합이면 거의 무적 아니냐 가을에 니트 입고 뿌리면 죽이는 거 상상하면서 면세점 리스트에도 넣어두고 있었는데
근데 나는 무조건 디캔부터 사는 주의라서 향수 전문몰에서 10미리 하나 질렀음 요즘 가을 향 찾기 좋은 시기기도 하고 솔직히 묵직한 우디나 시프레 스파이시 계열만 계속 돌리니까 좀 다른 결이 끌리더라
어제 도착해서 바로 손목에 한 번 뿌렸는데 첫 느낌: ? 이게 라벤더임? 그니까 내가 생각한 라벤더는 편안하고 은은한 허브 느낌이었는데 여기 라벤더는 진짜 날카로움 코 찌르는 느낌까지는 아닌데 확 올라오면서 뭔가 알싸함 근데 그 알싸함 뒤에 바닐라가 너무 빨리 치고 올라와서 좀 당황했음
보통 바닐라 노트면 달달하게 감싸주는 역할인데 여기는 그냥 라벤더랑 정면충돌하는 느낌 라벤더가 얘 뚫고 나가려고 발악하고 바닐라는 내리누르려고 하고 머스크는 또 자기 할 일 하는데 이 삼자대면이 내 코에겐 너무 난해했음 ㅋㅋ
두 시간쯤 지나니까 좀 진정되긴 했는데 이때부터는 또 다른 문제가 터짐 내 피부에서 바닐라가 너무 올라와서 거의 바닐라 에센스 수준으로 변했음 아침에 빵집 갓 오픈할 때 나는 바닐라빵 냄새 말고 인공 바닐라 향료 그 특유의 느낌 라벤더랑 머스크는 거의 실종되고 걍 달달+달달 임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옷에만 살짝 뿌려서 강의 들으러 갔는데 1교시 끝나고 친구가 와서 "너 오늘 뭐 뿌렸냐 할머니 화장대 냄새 난다" 이럼 ㅅㅂ 진짜 충격먹었음 내 기준에도 좀 올드한 느낌 있긴 했는데 남이 그렇게 말하니까 확 꽂히더라
근데 또 신기한 건 잔향은 ㅈㄴ 오래감 오후 2시까지 수업 듣고 왔는데도 옷에서 계속 올라오고 내 피부에서는 거의 8시간 가까이 갔던 거 같음 지속력 하나는 ㄹㅇ 미쳤음 근데 그 긴 시간동안 내가 원하는 향이 아니라서 존나 괴로웠다 ㅋㅋ
솔직히 이 향은 30대 중후반이나 40대에 어울리는 거 같음 20대 초반이 쓸만한 향이 아님 내가 볼 땐 라벤더가 가진 차가움을 바닐라랑 머스크가 감싸는 구조인데 이걸 소화하려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연륜이 있어야 되는 느낌 아니면 최소한 평소에 클래식한 스타일 입는 사람이거나
결론: 디캔 사길 잘했다 풀배 낭패볼 뻔 샤넬이니까 맹신하지 말자 제발 라인업 간지에 속지 말고 무조건 시향부터 하고 특히 저지 노트 보고 라벤더 바닐라면 무난하겠지 했다간 나처럼 됨 ㅇㅇ
혹시 이거 쓰는 형들 있으면 어느 계절에 어디서 뿌리는지 좀 알려줘 내가 잘못 쓴 건지 그냥 내 피부랑 안 맞는 건지 궁금하네 디캔 남은 거 처분해야 되는데 ㅇㄷ에 올리는 게 ㄱㅊ?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