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한창 잘나갈 때 구매 안 하고 왜 이제 와서 샀는지 모르겠음.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내 취향엔 실패다.
중고나라에서 7만원에 득템. 판매자 분이 2015년에 백화점에서 사고 몇 번 안 뿌렸다고. 영수증 없길래 좀 찝찝했는데 병 디테일이랑 노즐 스프레이 분사력 보니 일단 정품 맞는 듯. 근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영수증 없는 중고 거래는 진짜 위험하긴 함. 내 경험상 당근 번개장터 돌아다니는 향수 80%는 리필이거나 짝퉁이야. 팩트다.
초봄에 처음 꺼내서 퇴근하고 집에서 혼자 뿌려봄. 첫 느낌은 생각보다 너무 달아서 당황했음. 리치랑 만다린 오렌지 탑노트가 확 터지는데 이게 청량한 시트러스 계열이 아니라 설탕 절인 과일통조림 느낌. 워터 노트가 중간에서 죽은 듯 안 느껴지고, 그냥 과일향이 코를 찌름. 솔직히 이 시점에서 좀 갸웃했어.
근데 진짜 문제는 30분 뒤였음. 플로럴이 올라오는데 이 릴리랑 피오니 조합이 내 코엔 너무 텁텁하게 박힘. 로즈 노트는 분명 있다는데 내 피부에선 거의 안 올라오고, 대신 하얀 꽃향만 머리 아플 정도로 잔뜩. 솔직히 말해서 두통 왔음. 진짜임.
예전에 디올 미스 디올 블루밍 부케 뿌렸을 때도 이런 비슷한 반응 있었는데 그건 피오니가 이렇게까지 공격적이진 않았거든. 근데 Un Air d'Escapade는 농도가 짙다. 프레시 계열이라고 분류된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게감 있음.
더 황당한 건 지속력임. 오드뚜왈렛 주제에 아침에 한 번 분사한 게 저녁까지 남았음. 그것도 머리 아픈 잔향으로. 잔향은 그나마 좀 나았는데 가죽이랑 머스크 없이 그냥 꽃내음만 죽어라 남아서 사무실이었으면 진짜 민폐였을 거다. 다행히 집에서 혼자 실험해봄...
며칠 뒤에 다시 용기 내서 친구 결혼식 가기 전에 한 번만 분사해봤음. 이번엔 야외 식장이었고 바람 좀 부니까 확실히 첫날보다는 덜 부담스럽더라. 근데 여전히 달고 꽃향만 둥둥 떠다니는 느낌. 2012년 출시니까 그 시절 유행하던 달달플로럴 계열 맞는 듯. 10년 넘게 지난 2024년 기준으론 솔직히 올드해.
호불호 극명한 향수인 거 인정함. 좋아하는 사람들은 진짜 좋아하더라. 나한텐 불호였지만 이건 내 코랑 피부가 문제인 거고, 누군가에겐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봄꽃향일 수 있음. 근데 난 못 써. 지금 내 책장 맨 구석에 쳐박혀 있음.
- 이거 살 거면 꼭 시향 먼저 해라. 리치 과일향에 꽃 조합이 생각보다 훨씬 무겁다.
- 중고로 살 땐 무조건 정품 인증 가능한 것만. 영수증 없고 병 바닥 시리얼 넘버 깨졌으면 거른다.
- 가격은 신품 기준 올리브영에서 예전에 7~9만원대 봤고, 지금은 단종은 아닌데 구하기 애매해짐.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