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장마 통에 습도가 높아지니 평소 쓰던 향들이 전부 무겁게 느껴져서, 예전에 사두고 거의 잊고 지내던 병을 하나 꺼냈습니다. 출시된 지 10년도 훌쩍 넘은 아르마니 코드 섬머 푸르 팜므 2010이었는데요. 첫 분사는 상큼한 배와 시트러스가 톡 쏘듯 올라와서 여름에 제격이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30분쯤 지나자 네롤리와 오렌지 플라워 특유의 비누 향 같은 화이트 플로럴이 꽤 오래 남더군요. 개인적으로 지나치게 깔끔한 이 비누향이 체질에 안 맞는지, 에어컨 바람 막은 사무실에서 은은하게 올라오는 잔향에 살짝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했습니다. 아마 해변가처럼 확 트인 야외에서 뿌렸으면 느낌이 달랐을 텐데, 실내에선 이 깨끗함이 꽤 인위적으로 다가와 저와는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네요.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