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자 파르피움의 신작 Parfum De La Nuit를 처음 시향한 곳은 백화점이 아니라 시내 한 카페였습니다. 지인이 먼저 입수해서 손목에 분주한 걸 잠시 빌렸을 뿐인데, 앰버그리스와 라브다넘이 얽힌 따뜻한 기운이 올라오면서도 무겁지 않아 오후의 볕과 꽤 잘 어울렸네요. 다만 저에게는 이 가벼움의 비밀로 보이는 아르테미시아와 베르가못의 조합이 상단에서 조금 덜컥거리며 분리되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드라이 다운으로 접어들자 로즈 드 메와 아미리스가 부드럽게 다가오며 간극을 메꾸었지만, 오리엔탈 계열에서 기대하는 어둡고 근원적인 잔향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지속력은 제 팔을 기준으로 네 시간 남짓 체온 가까이에서만 은은하게 머물러, 풀배틀을 써야 할 당위를 느끼지 못했던 경험으로 남습니다. 결국 제 취향에서는 우드사틴무드나 토바코바닐이 품은, 한 올 더 깊은 어둠이 아쉬웠고요. 오리엔탈 입문자에게는 흥미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겠으나, 니치 풀배 컬렉터의 진열장에서 이 한 병이 차지할 자리는 좁아 보입니다.
이 글에서 언급된 향수